남명 조식선생의 얼이 서려 있는 산청군에서 세월을 잊은 체 자연이 품은 색에 몰두해오고 있는 박영진 장인의 작업은 여러모로 위대합니다. 진정으로 자연이 만든 색을 취하기 위한 그의 작업은 마치 자신을 자연에 내던져 물들여 나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그는 자연이 만든 홍색을 얻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자연을 담아낼 준비를 해왔습니다.
색을 내는 데 쓰이는 홍화꽃을 직접 일구는 일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작업은 거두어진 홍화를 한 계절 내내 삭혀내고, 역시나 직접 심고 태워 만든 콩대 잿물에 넣어 염색물을 빚어낸 후에야 끝이 날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홍색을 내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468일, 약 11,300시간이며 선조에서부터 자연과 호흡하며 물들여온 시간은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